《데미안》은 이른바 과도기적인 작품으로서 그 구성이 뚜렷하다. 1~2장에서는 그의 초기 작품과 같이 소년시절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감상적인 수법으로 그려 놓아 먼 훗날의 인생의 흐름을 함축성 있게 암시한 것이 퍽 인상적이라 하겠다. 헤세는 그 무렵 아들의 병으로 인하여 정신분석에 정통한 의사와 친하게 지냈다.
그 인연으로 헤세는 정신분석에 흥미를 얻어 그것이《데미안》에 도입되었다.
3장을 비롯하여, 독심술과 꿈의 해석이 수시로 인용되고 신비롭고 환상적인 여운이 전편에 흐르고 있었다. 소년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에서 성장했다.
양친의 신앙과 지성이 조화된 분위기 속에 살면서 점차 또 하나의 세계, 어두운 세계에 눈을 뜬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 7월 11일 남부 독일의 뷔르템베르크의 작은 마을 칼브에서 태어났다.
그는 초원에서 나비와 민들레와 푸른 하늘을 벗 삼아 초원의 고독을 마음껏 음미하면서 시를 쓰기도 하는 다루기 어려운 소년으로 자라났다.
그는 조국 독일의 군국주의가 일으킨 제1차 세계 대전 때도, 히틀러의 나치즘이 광분하던 제2차 세계 대전 때도 의연히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에 섰기 때문에 ‘배신자’, ‘매국노’, ‘지조 없는 놈’ 이라는 언론의 탄핵과 그의 저서의 판매 금지, 출판 금지의 질곡을 당했다.
그러나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으로 일관했던 줄기찬 창작으로, 그는 전쟁이 끝난 1964년에는 독일 최고의 명예인 괴테 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베를린 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질곡과 영예로 점철된 파란만장한 삶을 살면서 현실을 사랑하고 평화를 갈구하던 그는, 1962년 8월 9일, 85세의 일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