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이라는 작품 제목과 그것에 짝지어 자주 언급되고 있는 ‘1년에 500파운드’라는 말로 어림잡아 이 작품이 ‘여자들도 자기만의 방과 넉넉한 돈을 가져야 한다’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주제, 즉 여성 일반의 경제적 독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고 이해하는 데서 머물고 만다.
또는 그러한 여성의 사회적 · 경제적 독립을 가로막고 저해하는 가부장제 아래의 여성의 억압적 상황과 삶의 조건을 저자가 역사 자료를 들어 구체적으로 실증해주고 동시에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실감 있게 파헤치고 있다고 박수를 보내는 데서 그치고 만다.
버지니아 울프는 또한 냉철하게 자기 자신과 자신이 살던 동시대를 꿰뚫고 앞날을 예언한 천재였다.
버지니아 울프 Adeline Virginia Woolf, 1882, 1, 25, ~ 1941, 3, 28,
본명은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으로 빅토리아시대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그녀는 블룸즈버리 구역 근처에서 거주하거나 공부했던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 문인 · 비평가 · 예술가들의 모임 ‘블룸즈버리 그룹’의 결성 멤버였다.
이 그룹은 당시 다른 지식인들과 달리 여성들의 적극적인 예술 활동 참여, 동성애자들의 권리, 전쟁 반대 등 빅토리아시대의 관행과 가치관을 공공연히 거부하며 자유롭고 진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며 다작을 남긴 야심 있는 작가였다.
그녀의 픽션들은 플롯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더욱 초점을 맞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쓰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 ‘출항’ ‘밤과 낮’ ‘제이콥의 방’ ‘댈러웨이 부인’ ‘둥대로’ ‘파도’ 등과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에세이 ‘자기만의 방’과 속편’3기니’등이 있다.
열세 살, 어머니의 죽음 이후 첫 정신발작을 일으킨 그녀는 평생 정신질환을 앓았고 자살 기도를 하기도 했다.
1941년 정신발작의 재발을 우려하는 편지를 남기고 집을 떠났고, 결국 주머니에 돌을 가득 넣은 채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