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작품의 저명한 편집자 R. W. 채프먼이 이미 여러 해 전에 “그런 지도를 그려내려면 작품 속에 은연중 등장하는 표지들만으로는 불충하다.”고 지적했는데도 사정이 그러했다.
자신의 판단력이 항상 옳다고 믿으며 헤리엇과 같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인생까지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지나친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
재산이나 명예, 현명함 등은 갖추지 못하고 오직 외적인 아름다움만 지닌 어리석은 인물인 헤리엇을 처음에는 엘튼이, 나중에는 프랭크가 좋아한다고 생각하여 그들과 맺어주려 하지만 엠마의 추측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다 어긋나고 만다.
또한 더 나아가 제인과 딕슨과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하지만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판단력을 갖춘 까닭에 자신과 친구인 헤리엇의 인생까지 망치기 바로 직전, 자신의 결점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들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갖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통해 행복을 쟁취한다.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프셔 스티븐튼에서 교구 목사인 아버지 슬하의 8남매 중 일곱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늘 독서를 독려했고 어머니는 시와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지어내 들려주었으며 가족 극단을 만들어 아마추어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정규교육을 받은 것은 겨우 11살까지에 불과하지만 어려서부터 습작을 하여 15세 때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고, 21세 때 첫 장편소설을 완성하는 기염을 토한다.
그녀의 처녀작이 오히려 ‘이성과 감성’(1811)보다 늦게 출판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경제란에 시달렸던 오스틴은 어머니와 함께 가까운 친척과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1809년 다시 초턴으로 돌아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곳에서 일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이 기간에 맨스필드 파크(1814), ‘엠마’(1815) 등을 차례로 출판했다.
이 책들은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호응을 얻고 그녀에게 작가로서의 확고한 명성을 쌓게 한다.
오스틴은 1816년 마지막 작품 ‘설득’을 탈고하고 이듬해 42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